말레이시아 앞바다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영국 해군 함선이 약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국영 베르나마 통신은 최근 중국 국적의 화물선이 나포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선박은 말레이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기항 허가 없이 항해 중이었다. 조사 결과 선내에서 낡은 강철과 포탄이 발견됐다. 경찰과 해양법집행청(海上法令執行庁), 국가유산국(遗产局)이 2차대전 당시 포탄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최근 침몰한 영국 군함에서 강철이 불법으로 인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해역에서는 지난 3월 31일 일본군의 말레이반도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파견된 영국 해군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순양함 '레펄스'를 일본 해군이 폭격과 어뢰 공격으로 침몰시켰다. 영국군 측 전사자는 6천여 명에 이르렀고, 배의 잔해는 영국 법에 따라 전몰자 묘지로 지정됐다. 일본군은 이보다 하루 앞서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영웅의 묘지인 군함이 사적 이익을 위해 훼손되어 해군의 유산이 사라졌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에 침몰한 군함의 약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3년 인도네시아 자바해에서 네덜란드 순양함 세네갈과 영국 군함 세네갈의 잔해가 사라진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선박에 사용된 강철은 핵무기가 탄생하기 전에 생산됐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소재로 과학기기 등에 대한 수요가 있다.
다만 나포된 중국 선박에서 불발탄도 압수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범인 그룹이 철강뿐 아니라 고가에 재판매할 수 있는 전리품을 노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